에피게놈 편집으로 체내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침묵시키다
에피게놈 편집 기술로 체내에서 질병 유발 유전자를 일시적 개입만으로 영구히 침묵시키는 데 성공해, 유전 질환 치료의 새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왜 중요한가?
우리 몸의 유전자는 마치 설계도와 같아서, 잘못된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다양한 질병이 생깁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직접 '잘라내거나 수정'하는 방법(유전자 편집)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데요, 이 방법은 DNA를 직접 손상시킬 위험이 있어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번 연구는 DNA를 자르지 않고도 유전자의 '스위치를 끄는' 방식, 즉 후성유전체 편집(epigenome editing, DNA 서열 자체는 바꾸지 않고 유전자 발현만 조절하는 기술)으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것은 지속성입니다. 유전자 스위치를 한 번 껐을 때 그 효과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가 치료제 개발의 핵심 과제였는데, 연구팀은 편집 도구를 몸속에 딱 한 번만 투여해도 거의 1년 가까이 효과가 지속된다는 것을 살아있는 동물(마우스)에서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는 '일시적으로 주입한 편집 도구가 사라진 뒤에도 유전자 침묵 효과는 남는다'는 것을 입증한 획기적인 결과입니다.
연구 방법
연구팀은 콜레스테롤 조절과 관련된 유전자인 Pcsk9(간세포에서 발현되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먼저 세포 실험(in vitro)을 통해 여러 종류의 유전자 편집 도구 설계를 비교하여 가장 효율적인 플랫폼으로 **징크핑거 단백질(zinc-finger protein, DNA의 특정 서열을 인식하여 결합하는 단백질 도구)**을 선정했습니다. 이후 이 편집 도구의 설계 정보를 담은 mRNA를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 지방 성분으로 만들어진 아주 작은 캡슐로 약물을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운반체)**에 담아 마우스에 단 한 차례 주사했습니다. 또한 간을 인위적으로 재생시키는 실험을 통해 세포가 분열하고 새로 생겨나도 유전자 침묵 효과가 유지되는지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설계를 개선하여 **EvoETR(evolved engineered transcriptional repressor, 진화적 최적화를 거친 전사 억제 단백질)**이라는 통합형 편집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핵심 발견
💡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 DNA를 자르지 않고 유전자 스위치를 끄는 방식만으로도, 기존 유전자 편집 기술과 맞먹는 수준으로 PCSK9 단백질 혈중 농도를 낮출 수 있었으며, 그 효과가 거의 1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 단 1회 투여로 장기 효과: 지질나노입자에 담긴 mRNA를 한 번만 주사했을 때, 혈중 PCSK9 단백질 수치가 약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고 이 효과가 약 1년간 유지되었습니다.
- DNA 손상 없음: 기존 크리스퍼(CRISPR) 등 유전자 편집 기술과 달리 DNA 이중가닥을 절단하지 않아 돌연변이 발생 위험이 훨씬 낮습니다.
- 간 재생 후에도 효과 지속: 인위적으로 간세포를 재생시킨 후에도 유전자 침묵 효과와 후성유전체 억제 표지(repressive mark,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화학적 표시)가 그대로 유지되어 세포 분열을 통해 다음 세포로 전달됨을 확인했습니다.
- 높은 특이성: 새롭게 개발된 EvoETR은 표적 유전자 외 다른 유전자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높은 특이성(specificity)을 보였습니다.
- 징크핑거 단백질의 우수성: 여러 DNA 결합 플랫폼 중 징크핑거 단백질이 마우스 Pcsk9 침묵에 가장 효율적인 도구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이 연구는 고콜레스테롤혈증(혈중 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처럼 특정 유전자의 과활성이 원인인 질환을 안전하고 오래 지속되는 방식으로 치료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줍니다. 특히 현재 평생 복용해야 하는 콜레스테롤 낮추는 약(스타틴 등)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한 번 맞으면 오래 가는 주사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이 기술이 더 발전하면 콜레스테롤 질환뿐 아니라 다양한 유전성 질환이나 만성 질환에도 적용될 수 있어, 더 많은 환자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원문: Martino Alfredo Cappelluti, Valeria Mollica Poeta, Sara Valsoni et al., "Durable and efficient gene silencing in vivo by hit-and-run epigenome editing", Nature, 2024-2-28. DOI: 10.1038/s41586-024-07087-8